두벌식, 세벌식, 쿼티 자판을 막론하고 타자를 칠 때 피로도를 줄이는 가장 기본 사항은 손의 자세라고 봅니다. 통상적으로는 책상 위에 팔꿈치를 고정하고 치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보편적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생각할 때 자판과 손이 이루는 각도는 자모를 입력할 때 기본 자세를 잡아주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범용 자판의 키 배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이에 맞게 각도를 잡아야 하며 여기에는 자모를 운지하는 방법이 손의 자세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림1. 타자 치는 손의 정자세 각도

 

팔의 인체 구조학적 특성상으로 볼 때에는 팔꿈치를 책상 위에 지지한 후 자판위에 손을 올려 놓으면 자연스럽게 손가락은 위의 그림과 같이 자판의 중앙쪽으로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 현재 사용 중인 자판 중에서는 이를 외형적인 키 배열에 반영한 자판으로 CAS 속기 자판도 있습니다.



 그림2. 손가락의 방향이 중앙으로 향하는 CAS 속기자판 키 배열

 

그렇다면 범용 자판에서는 이러한 손가락이 안쪽으로 향하는 인체구조학적인 반영이 없을까요? 그것을 의도했던 안했던 간에 저는 있다고 봅니다. 다음과 같은 키 배열 구조이지요.


그림3. 손목-팔꿈치 선상 방향에서 본 범용자판의 키 배열

 

하면 이 구조를 이용하여 대부분의 키를 손가락이 중앙으로 향하는 손목-팔꿈치 선상으로 이동하여 칠 수 있다면 피로도 측면에서는 상당히 개선이 될 수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세벌식 자판의 경우 오른손에서는 초성자음+모음, 왼손에서는 모음+받침자음 조합으로 한쪽 손 연속치기를 하는 타법으로 입력을 하여야 하고 이 때에 처음 치게 되는 오른손 초성자음과 왼손 모음의 자모에서는 손가락의 이동 방향이 피로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때에는 반드시 가장 이동하기가 편한 손목-팔꿈치 선상에서 손가락이 중앙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타자를 쳐야 팔이나 손목의 회전 운동을 생략할 수 있어 피로도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림4. 모든 타자 연습기와 문헌에서 추천하는 기존 타법의 운지도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타법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위의 그림은 두벌식, 세벌식, 쿼티를 막론하고 모든 타자 연습기에서 추천하는 기존 타법의 운지도입니다. 보시다시피 오른손에서는 거의 손목-팔꿈치 선상으로 손가락이 이동하고 있지만 왼손에서는 오히려 손가락의 이동이 왼쪽으로 치우쳐서 우리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손목-팔꿈치 선상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이 때문에 왼손은 왼쪽으로 심하게 꺽여 정말로 불편한 자세에서 타자를 치게 되죠. 세벌식에서는 받침 ,,,을 칠 때에 손목이 비틀어지고 꼬여서 피로도를 높이고 오타를 자주 발생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오른손도 완벽한 손목-팔꿈치 선상은 아니어서 오른쪽으로 약간 손목이 꺽이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론 오른손에서의 손목 꺽어짐에는 자판의 물리적인 구조도 한 몫 하게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글이 길어지니까 오른손 손목 비틀림에 대한 분석의 글('공병우 세벌식 자판 새로운 타자법'의 2번 항목글 )을 참고로 하시고요.

 

이런 이유 때문에 오랫동안 위의 운지도 대로 타자를 치게 되면 손과 자판의 각도를 정자세로 가져가기는 대단히 힘이 듭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가져 갈려고 해도 타자를 치는 것이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손에 익은 대로 자동으로 치는 형식이라 어느 사이에 손의 자세는 위의 운지도 대로 가 있게 되죠. 다음 그림의 손 자세처럼 말입니다.



그림5. 기존 운지도의 영향 때문에 습성적으로 익어 있는 꺽어진 손의 자세


이와 같은 자세로 타자를 오래 치게 되면 피로가 축적되어 손가락과 손목에 무리가 오면서 타속도 줄게 되지요. 특히 이와 같이 손목이 꺽인 상태에서 고속으로 타자를 치게 되면 피로도가 급속하게 가중되어 어깨까지 무리가 오게 됩니다. 


해서 진정으로 손의 피로도를 줄이고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타자를 치고 싶으신 분은 그림1.과 같은 손가락 방향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 손가락이 중앙으로 향하는 타자법의 운지도가 개발된다면 타자 치는 방법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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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운지도와 왼손의 편한 이동 영역(붉은 실선 사이)

 

기존의 세벌식 자판에서 손목 비틀림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곳이 받침 (z자리), (x자리)이며, 그 다음이 (e자리), (r자리)와 결합된 받침 (a자리), (r자리)입니다. 받침 ,,,,와 결합될 때 손목 비틀림이 심하게 나타나게 되죠. 이런 현상은 위의 그림을 보면 직관적으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존 운지도의 타법에서는 모음을 칠 때 왼쪽으로 쏠리게 되죠. 선을 그렇게 그어 놓았으니까요. 예를 들면 는 처음 치기 자모로 칠 때 중지와 검지로 왼쪽으로 회전하면서 치게 됩니다. 벌써 손이 왼쪽으로 가 있는 상태에서 다음 치기로 받침 ,을 칠려면 손이 비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고자 한글 문화원에서는 390, 391자판 개발 시 빈도수가 많은 의 위치를 t에다 배치하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전반적인 손목 비틀림의 극복이 안되니까 ,의 손가락 배정을 약지, 중지로 하여 비틀림을 완화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운지도 상에 ,의 손가락 배정을 바꾸게 되면 모든 모음에 대해서 그렇게 적용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r자리),,다음에는 굉장히 편하지만 (t자리),,,다음에 칠 때에는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니까요.

 

여기에서 문제를 하나 제기하겠습니다. 왜 왼손에서는 힘을 더 들여 팔을 회전시켜 가면서까지 왼쪽으로 치우치게 쳐야 합니까. 자연스럽게 손목-팔꿈치 선상의 오른쪽 사선상으로 치면 안되는 건가요. 제가 요즘 두어달 왼손을 오른쪽 사선상으로 치는 타법으로 연습을 해봤는데 손목과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고 정말로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윗 그림의 화살표 방향으로 손가락을 이동하게 되면 일단 왼손 초기 치기에서 힘이 훨씬 덜 들고 왼손에서 일어나는 손목 비틀림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소지와 약지가 받침 에 가까이 간 위치에서 다음 치기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적절하게 받침 을 치는 손가락까지 약지, 중지로 조정읕 하면 거의 비틀림 없이 세벌식 자판을 두들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하여 우선 기본위치 윗열(3)부터 왼쪽 손가락을 재배치해 보겠습니다.

 

초기 치기 자모에 해당하는 모음부터 살펴 보기로 하죠.

 

가장 민감한 모음이 (r) 자리입니다. 를 검지로 쳐서는 손의 비틀림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는 초기 치기 자모로 손목-팔꿈치 선상 이동 방향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중지로 쳐야 합니다. 문제는 다음에 받침들을 칠 때 자연스럽고 손목 비틀림이 없어야 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받침인 을 소지로 쳐도 되지만 약간은 손목 비틀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약지로 치게 되면 완벽하게 비틀림을 막고 안정성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받침 을 소지로 쳐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받침 은 약지로 치면 되고요. 2열의 받침인 를 중지로 치면 손목 비틀림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3열 받침 ,은 모두 소지로 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숫자열 받침인 ,,은 이미 숫자열 손가락 재배치에서 소지, 소지, 약지로 조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를 중지로 쳐도 연결해서 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e) 자리를 중지로 치게 되면 받침 ,에서 심하게 손목이 비틀립니다. 이런 경우 받침 을 약지로, 을 중지 연타로 치는 방법도 있지만 를 약지로 치게 되면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자리도 손목-팔꿈치 선상 이동 방향에서 보면 당연히 약지의 자리이고요. 받침 을 소지로 치게 되면 비틀림과 연타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하게 됩니다. 를 중지로 쳤을 때는 받침 은 약지로 은 중지 연타로 해결했지만 를 약지로 치게 되면 받침 은 소지로, 은 약지 연타로 치면 됩니다. 를 약지로 칠 때 제3열 받침인 ,을 소지로 연결해서 치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요. 숫자열 받침 ,은 소지로 치면 됩니다. 받침 은 약지 연타로 쳐야 하지만 +의 빈도수가 적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t) 자리는 왼손 제3열의 가장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 키로 검지가 배정될 수 밖에 없죠. 손목-팔꿈치 선상 이동 방향에서 보더라도 검지의 자리입니다. 받침으로 연결 될 때도 거의 문제가 없지만 받침 ,에서 손목이 조금 꺽입니다. 이를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t)를 중지로 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를 중지로 치고 난 후에 받침 , 을 소지, 약지로 치면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중지를 t자리까지 이동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받침 (w)자리는 이동 방향으로 보면 소지 자리이지만 다음 치기 자모인 받침이어서 이동 방향은 크게 상관이 없는 요소죠. 하지만 에 왼손 약지, 중지가 배정되어 있어 이들과 연결될 때는 소지로 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와 연결하여 칠 때에는 약지보다는 손가락을 적게 벌리게 되어 유리합니다. ,,와 연결하여 칠 때에도 별로 불편한 것이 없습니다. 종합하여 (w)자리에는 소지를 배정합니다.

 

받침 (q)자리는 말할 필요도 없이 왼손 소지로 쳐야 하고요.


이상의 결과를 세벌식 자판 왼손 기본 위치 윗열(제3열)에 손가락을 재배정하여 보면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세벌식 자판 왼손 윗열(제3열) 손가락 재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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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우 세벌식 자판( 390, 세벌식 최종, 3-2015, 3-P3)을 처음 접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숫자열에 배치된 자모가 멀게만 느껴지고 여기에서 자주 생기는 오타의 발생이죠. 한글의 자모 원리에 맞추어서 물리적으로 세벌의 자모를 배치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이 왼손의 받침, 특히 받침 ,,,을 칠 때 심하게 손목 비틀림이 일어나게 되어 오타가 자주 나면서 순간적으로 힘을 주게 되면 손목과 어깨에 많은 무리를 주는 점입니다.

 

이에 대하여 자판의 배열을 통한 개선의 노력은 여러 방법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지만 이런 어려움을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신세벌식의 경우에는 갈마들이 방법을 사용하여 숫자열 자모를 1,2,3열로 이동시킴으로써 단순함과 편이성을 높였지만 연타의 증가와 왼손키 전 영역에 모음을 배치함으로써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특히 고속으로 입력을 할 때에는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형태가 공세벌식에 갈마들이 방식을 일부 적용한 3-P3 자판이죠. 갈마들이를 활용하여 윗글쇠를 사용하지 않고도 모든 받침을 입력할 수 있게 되었고 특수기호도 거의 영어 자판과 동일한 수준으로 진보하였습니다.

 

만약 3-P3 자판에 배치된 자모를 보다 더 쉽게 쳐서 위에서 언급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이는 공세벌식 자판의 장점과 더불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자판의 배열 변화도 중요하지만 자모를 그대로 두고서 보다 수월하게 입력하는 타자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가 크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서는 피로도와 수월성의 측면에서 개선된 세벌식 타자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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