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을 오른손에 배치할 것인가, 아니면 왼손에 배치할 것인가는 두벌식 자판 개발의 초기에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현 컴퓨터 자판의 구조에서 보면 왼손 쪽에는 활용할 수 있는 키의 개수가 최대 15개인데 반하여 팔의 각도와 맞는 키 배열 방향으로의 손가락 이동거리가 긴 단점이 있다. 반면 오른손 쪽은 팔의 각도와 맞는 키 배열선이 조밀하제 되어 있어 손가락의 이동거리가 짧고 키간 손가락 조합에서도 손목이 뒤틀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용 가능한 키는 b,;,/키를 포함시킨다고 해도 최대 14개에 지나지 않는다. ,키와 .키의 특수기호 빈도가 워낙 많아 이 키를 한글 자모 배치키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림. 컴퓨터 자판의 키 배열선과 팔의 방향

(노랑선 : 팔의 방향, 빨강선 : 왼쪽 키 배열선, 파랑선 : 오른쪽 키 배열선)


간단히만 생각해도 자음을 오른쪽에 배치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선 자음의 개수가 14개로 오른쪽 키의 유용 범위 안에서는 반드시 열악한 키 자리가 출현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나중에 타자의 속도가 올라갔을 때에는 불편한 키배치가 오른손에 피로를 가져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음을 왼쪽과 오른쪽에 배치한 자판을 만들어 이를 시험 사용한 후 그 장·단점을 파악해 보면 될 일이다. 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음 빈도와 조합에 따른 최적의 자모 배치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손가락의 제 특성, 팔의 각도, 타법, 컴퓨터 자판의 구조를 고려한 키의 입력 수월성 순위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키 입력 수월성 순위는 세벌식 자판을 개발하면서 정립된 바가 있어 이를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다.

 

자음을 오른쪽, 왼쪽에 두고 개발한 초기 두벌식 자판을 상당한 속도의 수준까지 사용하지는 못하였지만 100타 남짓한 정도의 수준에서 시험했다. 연타, 조합타의 정도, 손목 비틀림, 어색한 손가락 조합 등은 충분히 감지를 할 수가 있었다. 그 결과 두벌식에서는 자음을 왼쪽에 두어야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시험 자판 개발과 사용에서 파악된 그 근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음은 ㅆ을 포함하면 15개를 배치하여야 하는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쪽은 자판의 왼쪽편이다. ㅆ을 뺀다하더라도 14개의 자음을 오른쪽에 배치하기에는 /키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빈도수가 높은 /부호의 위치가 쿼티 자판과 틀려지게 된다. /키가 피로도 측면에서 자모를 배치하기에 좋은 자리도 아니다.

두벌식의 리듬감은 자음의 초성과 종성의 연결에서 일어난다. 특히 종성인 받침을 치기가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훨씬 편하다. 자판의 키 배열이 왼쪽으로 70° 가량 누워있기 때문이다. 왼손에서는 초성 다음으로 받침을 칠 때 손가락이 대부분 왼쪽으로 이동을 하는데 키 배열이 왼쪽으로 누워있어 왼손가락 다음치기의 조합성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오른손보다는 훨씬 좋기 때문이다. 또한 왼쪽에는 15개의 키가 뭉쳐 있는데 비하여 오른쪽에는 ,키외 .키를 빼면 키가 다소 흩어져 있어 초성에 이어서 치는 받침의 다음치기에서는 리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음을 왼쪽에 배치하게 되면 모음을 오른쪽에 배치하여야 하는데 모음은 처음치기의 자모로서 초기에 키를 누르기에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훨씬 유리하다. 키의 배열선이 왼쪽으로 70°도 각도로 되어 있어 팔의 각도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시 얘기하면 두벌식에서는 자음은 왼쪽에서, 모음은 오른쪽에서 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관점이다.

한글 자판은 영문 쿼티 자판을 빌려서 쓰는 경우로 좁은 공간에 많은 음절 요소를 배치하여야 하므로 연타나 조합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두벌식에서는 같은 키에 초성과 종성을 같이 배치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더 심하다. 이를 최대한으로 막으려면 자판 설계 시에 자모 배치를 잘 하여야 하겠지만 이로서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손가락의 배정에 변화를 두는 타법에 의존하면 거의 대부분의 연타와 조합타를 막을 수가 있다. 이 타법의 변화를 활용하기가 왼쪽이 훨씬 유리하다. 가장 대표적인 키가 r키이다. r키는 주로 검지로 치지만 필요하면 중지로 칠 수도 있다. 두벌식에서 연타와 조합타의 대부분이 검지에서 일어나는데 r키를 중지로도 바꾸어서 칠 수가 있으면 대부분의 연타와 조합타를 막을 수가 있다. r키가 오른쪽에 대응되는 u키보다 중지로 치기가 훨씬 쉽다. 이는 두벌식에서 연타와 조합타를 대부분 없애려고 한다면 큰 장점이 될 수가 있다.

ㅆ을 별도 자음 키로 배치를 하면 장점이 굉장히 많다. 받침의 빈도수가 많아 윗글쇠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ㅆ을 자음 키에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은 왼쪽에 자음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 물론 ㅆ을 예외로 모음 쪽에다 배치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타자를 치는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음을 오른쪽에 배치하여 유리한 점은 ,키와 .키에 자모를 배치하지 않기 때문에 연타가 미세하게 준다는 점과 왼쪽에 모음을 배치하기 때문에 모음 자모를 하나 더 배치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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