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벌식의 개발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리듬감에 대한 설계 반영이다. 얼핏 생각하면 두벌식에서 무슨 리듬감이냐고 할 수도 있다. 확실히 세벌식에서는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연결되는 일정한 특유의 리듬감을 느낄 수가 있고 이는 타자를 칠 때 굉장히 안정감을 주게 된다. 세벌식에서는 초성 자음, 모음, 받침의 영역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이것이 오른손의 초성을 거쳐 왼손의 모음+받침 조합으로 연결되는 타자의 과정에서 일정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두벌식에서는 이에 비하지는 못하지만 왼손의 초성과 받침을 연결해서 칠 때 이런 리듬감을 느낄 수가 있다. 왜냐하면 빈도가 높은 초성이 주로 검지와 중지의 손가락에 배치되고 빈도가 높은 받침 자음이 약지나 소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는 초성이 주로 왼손에서 처음 치는 자모에 해당되게 되고 처음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때는 많은 가속도와 힘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적합한 손가락이 힘이 좋은 검지와 중지이다. 반면에 받침은 초성 다음에 이어서 치는 다음치기로 손이 이미 움직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움직인 힘을 받아서 받침 조합을 잘 해주면 된다. 이에 적합한 손가락이 약지, 소지이므로 가능하면 빈도가 높은 받침을 약지, 소지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따라서 두벌식 설계에서도 가능하면 손가락별로 초성과 받침을 구분하는 배치 원칙을 가져야 한다 . 이에는 키 입력 수월성 순위에서 초성과 받침에서의 우선 순위를 구분하여 정립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는 세벌식의 개발에서 이미 정밀하게 확립한 키 입력 수월성의 순위 결과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진행을 할 수가 있었다. 초성 자음, 받침의 빈도수와 정립된 키 입력 순위를 잘 조합하여 자모를 배치한 후 수치적으로 연타와 조합타를 계산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반복하면 결국 리듬감도 살린 두벌식 자판이 개발되게 된다.


그림. 민두벌식 자판의 자음 배치 시안(청색선 : 중지 배정선)


그 배치의 예를 들면, ㄴ은 받침으로서는 가장 빈도가 높고 초성으로서는 중순위이다. ㄴ을 s키에 배치하였는데 이는 s키가 받침 키 입력 수월성 순위에서는 가장 우수하고 초성의 키 입력 수월성 순위에서는 3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반영한 결과이다. ㅇ은 초성의 빈도수가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자모이지만 초성 키입력 수월성 순위에서는 2위인 d자리에 배치되었다. 마땅히 초성 빈도만 고려하면 초성 키입력 수월성이 가장 좋은 f자리에 배치가 되어야 하지만 ㅇ이 받침 빈도수도 세번째로 많기 때문에 받침 키입력 수월성이 훨씬 좋은 d자리에 배치한 것이다. 개발자가 평가한 받침 키입력 수월성 순위에서는 d자리가 4번째로 좋고 f자리는 14번째로 b자리 다음으로 열악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신 f자리에는 초성 빈도가 세번째로 많고 받침 빈도가 아주 적은 ㄷ을 배치함으로써 배치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하였다.


여기에서 자음 배치의 이유를 세세하게 설명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자모의 배치 설계라는 것이 이와 같은 빈도수와 키입력 수월성 순위 뿐만 아니라 연타, 조합타를 최소화하여야 하고 초성과 받침을 칠 때의 손가락 조합성, 음절 리듬, 손목의 꺽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가진다. 두벌식의 자판 개발에서 이들 배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최적화할려고 할 때 이 작업을 컴퓨터로 프로그래밍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직 풍부한 자판 개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과 시험 사용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씩 하나씩 수정해 나갈 때만 가능하게 된다고 본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흘러 버렸다. 하여간 왼손 자음 배치에서 받침 우선 지역과 초성 우선 지역을 초성과 받침에 대한 각각의 키입력 수월성 순위를 매김으로써 구분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초성과 받침의 빈도를 고려하여 전체 자모를 배치하면 두벌식 음절 조합에서 최대한 초성+받침의 리듬을 살린 자판을 만들 수가 있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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