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판에서 같은 손가락 연타의 발생은 손가락이나 손목, 어깨의 피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된다. 해서 자판의 설계에서 이 연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자판의 효율성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줄여야 한다. 특히 한글 자판의 경우 영어 자판을 빌려서 쓰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모의 배치에서 필요한 키의 수가 가용한 키의 수를 넘을 수밖에 없어 자연발생적으로 많은 연타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자모의 배치를 통해서 이를 최소화하고 또한 필요하면 손가락 배정의 변화 등 타법의 응용을 통해서라도 이를 줄여야 한다.

 

두벌식에서 연타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 방법은 세벌식과는 다르다. 우선 연타가 손이나 어깨의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부터가 다르다. 앞에서도 가끔 언급하였지만 두벌식에서의 연타는 받침+초성의 음절 조합 밖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음절 조합의 리듬을 건드리지 않아 단순히 같은 손가락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정도만이 피로에 연결된다. 같은 수의 연타라도 세벌식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다.

 

반면에 타자의 속도가 빨라지면 세벌식과는 달리 왼손의 초성+종성의 조합이 중간에 빠르게 오른손 모음을 거치게 되지만 이때에 같은 손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연타에 버금가는 부담이 손이나 어깨에 주어지게 된다. 초성(왼손)+모음(오른손)+종성(왼손)의 조합에서 왼손의 같은 손가락을 쓰게 되면 음절 조합의 리듬이 깨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앞의 설명에서 같은 손가락 조합타또는 줄여서 조합타라고 정의하였다. 두벌식에서는 이 조합타를 최소화하는 하는 작업까지 자판의 설계에 반영되어야 훌륭한 자판 설계가 될 수 있다.

 

세벌식의 타자 과정에서는 왼손의 모음+받침 조합에서 이러한 연타와 조합타가 동시에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만약 세벌식에서 연타가 발생했다면 이는 조합타가 동시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로에의 영향은 두벌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같은 손가락을 쓰는 부담과 음절 리듬을 깨는 부담이 같이 작용하여 피로에의 상승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두벌식보다는 몇 배의 피로가 가중되게 된다. 해서 세벌식 자판의 설계에서는 연타는 정말 부담스러운 존재이고 가능하면 모든 연타를 제거하여야 한다.

 

신세기님의 천만자모 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계산된 연타의 수치를 살펴보면 두벌식 표준 자판의 경우 218,718, 세벌식 391(최종) 33,533, 신세벌식P 84,956, 참신세벌식 14,576회로 나타난다. 이는 자모를 천만번 친다면 이 정도의 연타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서 타법상의 손가락 변용을 적용한다면 연타를 상당량 줄일 수도 있다. 참신세벌식의 경우에는 타법의 변통을 적용하면 연타 없이 타자를 칠 수도 있다

 

기존 두벌식 표준자판에서 발생하는 조합타의 수치는 257,728회다. 두벌식에서 발생하는 이와 같은 다량의 연타나 조합타를 어떻게 최소화하고 어떤 접근법을 가질 것인가는 두벌식 자판의 개발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면서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도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 부분이다.

 

일단은 자판 설계 시의 자모 배치를 통하여 1차로 연타나 조합타를 최대한 제거하여야 한다. 제일 먼저 검지에 배당되는 자음 7개를 먼저 정하였다. 물론 여기에서는 자모의 빈도수와 키 입력 수월성 순위를 고려하면서 연타와 조합타의 양이 최소가 되는 자음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이때까지의 자판 개발의 경험을 총동원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후 중지에 2, 약지에 3, 소지에 3개 자음을 배정하고 같은 손가락 안에서 일어나는 연타와 조합타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림. 민두벌식 자판 자음 배치와 손가락 배정

( 청색선 : 왼손 검·중·약·소지 배정선 )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자음 배치가 r키와 c키에 배치되는 자모를 결정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r키와 c키는 기본적으로 치는 손가락이 검지로 정해져 있지만 r키와 c키를 중지로도 칠 수가 있어 연타를 줄이기 위하여 타법 상으로 검토할 때에는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모의 배치가 완료가 된 후에 타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타자 시에 손가락을 순간적으로 중지로 바꿀 수가 있다면 r키와 c키에 배치하는 자모에 따라서 두벌식에서 발생하는 연타나 조합타의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여러 과정을 거쳐서 찾은 최적의 배치는 r키에는 ㄱ을 배치하고 c키에는 ㅎ을 배치하는 안이었다.

 

타자의 사용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은 손가락 배정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타자를 칠 필요가 없다. 그냥 연타나 조합타로 치더라도 두벌식에서 피로 부담이 적은 연타나 조합타의 특성에 더하여 타자의 양이 적기 때문에 손이나 어깨에 오는 피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타자를 친다든지 많은 양의 타자를 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r키를 중지로 바꾸어서 치는 타법은 반드시 적용하여야 한다고 본다. 새로 개발한 민두벌식자판의 경우 ㄱ(r)을 중지로도 칠 수가 있다면 ㄱ과 검지에 걸려있는 자모 6개로 인한 연타와 조합타를 다 제거할 수가 있다. 이는 민두벌식에서 발생하는 연타 총 129,436회의 58%75,469회와 조합타 총 197,915회의 61%119,736회를 제거하는 양이다. 하나의 키를 통하여 타자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가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벌식에서 타법을 적용하여 연타나 조합타를 제거할 때에는 용인되는 연타(또는 조합타)와 꼭 제거하여야 할 연타(또는 조합타)를 구분하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세벌식의 경우에는 연타의 부담이 커서 가능하면 연타를 제거하여야 하겠지만 두벌식의 경우에는 타법의 특성 상 오히려 연타나 조합타가 손가락의 부자연스러운 조합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한 경우가 많다. 연타나 조합타의 이동 거리가 짧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하여간 새로운 자판의 개발에서는 자모의 배치에서 최대한 연타나 조합타를 줄이는 방법으로 설계에 임하고 자모 배치 이후 필요하면 타법의 조정을 통해서 연타나 조합타를 줄일 수 있도록 자판 설계 시에 이를 반영하였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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