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 처음으로 타법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를 연구 수준으로 끌고 갈 때에는 자판의 개발까지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래는 세모이 자판을 치면서 동시치기의 가혹한 타자 여건에서 손목이 비틀어지지 않으면서 얼마나 편안하게 타자를 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출발을 하였다. 타법 연구가 깊어지면서 영어 쿼티 자판을 빌려 쓰는 세벌식 한글 자판에는 타법 상 많은 걸림돌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 때 개발된 타법을 자연스럽게 여러 자판에 적용하여 시험 사용하여 보았고 그런 과정에서 세벌식이든 두벌식이든 기존 자판에서는 설계 상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선 본질적으로 영어 알파벳에 최적화되어 있는 기존 컴퓨터 자판에 영어보다는 키에 반영하여야 할 음소 요소가 많은 한글 자모를 제한된 공간에 배치하다 보니 타법 상의 어려움, 손목의 비틀림, 불편한 손가락 조합의 발생, 어쩔 수 없는 불편한 키 배치의 존재, 같은 손가락 연타, 조합타의 대량 발생, 손가락 이동 거리의 증가, 윗글쇠 사용으로 인한 피로도의 증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퍼스널 컴퓨터라는 새로운 전자 기기가 출현하는 1970년대 말의 컴퓨터 자판의 개발에 있어서는 당연히 위에 열거한 문제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원인 분석을 통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했었다. 하지만 이보다는 기존의 기계식 타자기 시절의 자판을 그대로 컴퓨터 자판에 원용함으로써 최적화되지도 않은 결함 있는 자판을 조급하게 표준 자판으로 채택하여 사용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한글 컴퓨터 자판 역사의 비극은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후 두벌식 표준 자판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거의 볼 수 없었고 정해진 기준 자판에서 불편해도 그냥 쓰기에만 급급했다. 반면에 세벌식 사용자들은 두벌식이 표준 자판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조급하고 불합리하게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두벌식 자판의 효율성에 대하여도 항상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면서 세벌식이 표준 자판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때로는 펼치면서 새로운 세벌식 자판의 개발에도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하지만 세벌식 자판의 엄청난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자들의 범위는 점점 더 줄어들어 현재는 세벌식 사랑 모임 동호회를 찾지 않으면 그 존재도 알 수 없을 만큼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세벌식 사용자들은 이런 현상의 주요인으로 두벌식 표준 자판이 시장을 선점하였고 컴퓨터 환경에 세벌식이 노출되기 힘들다는 접근성의 어려움에서 원인을 찾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분명 세벌식 자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에서 온 결과라고 본다. 앞의 글들에서 살펴보았듯이 세벌식은 컴퓨터 환경에서 타법이나 피로도의 원리에서 볼 때 두벌식보다 절대로 효율적일 수가 없다. 게다가 기계식 타자기의 자판 배열 형태를 컴퓨터 자판에 무리하게 적용을 하여 쿼티자판과의 호환성은 물론 편의성과 접근성, 초기 자판 습득에의 용이성, 습득 기간에서도 도저히 두벌식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지금은 퍼스널 컴퓨터가 개발된 후 40여년이 지나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이 활개를 치는 시절이지만 한글 타법에 관심을 가졌던 일개 아마츄어 연구가가 기존 자판에서 타법의 문제점을 검토하다가 제 자판의 장·단점을 알게 되었고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것이 컴퓨터 자판의 개발로 이어지게 되어 오늘 민두벌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두벌식 자판을 선보이게 되었다. 민중들이 함께하여 누구나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두벌식 자판이라는 뜻이다.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현 두벌식 표준 자판을 대체할 수 있는 자판이 시중에 나왔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민두벌식자판은 단순히 기존의 두벌식 표준 자판을 개선한 자판이 아니다. 한글 자판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한글의 사용 빈도를 고려한, 철저하게 효율성을 바탕으로 재설계한 자판이다. 자모의 전면적인 재배치는 물론 타법과 팔의 각도 등 사용 조건도 사전에 설계에 반영한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두벌식 자판이다. 해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고 익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

 

이제 민두벌식자판을 소개하고자 한다. 민두벌식 자판의 배열도는 다음과 같다.

 

그림. 새로운 두벌식 자판인 ‘민두벌식’ 자판의 자모 배열도


현재 민두벌식자판의 일반적인 컴퓨터 입력기는 개발된 바가 없기 때문에 김용묵님이 개발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http://moogi.new21.org/prg4.html)를 사용하여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컴퓨터에 깔고 아래의 ist 파일을 불러 들이면 민두벌식자판을 윈도우 환경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가 있다. 날개셋 입력기에서 민두벌식을 설정한 후 아래 ᄒᆞᆫ글 프로그램에서 사용할려면 메뉴 도구>글자판(Alt+F2) 설정 항에서 제일 아래의 원도우입력기를 선택하면 된다.


민두벌식-자왼.ist


 

개발자의 입장에서 본 민두벌식자판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의 선택 사항이지만 윗글쇠(shift) 사용 없이 타자를 칠 수 있다. 이 경우 자판을 익히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가 있다.

연타와 조합타를 최소화하여 손과 어깨에의 피로를 극도로 줄였다. 선택 사항이지만 타법 상의 몇 가지 사항만 익히면 보다 더 걸림 없는 부드러운 타자를 즐길 수가 있다.

음절 조합의 리듬을 가급적 살렸기 때문에 타자의 흐름이 부드럽고 손목이 꺾어지거나 부자연스런 손가락 조합이 없다.

타법이 단순하고 낱말 간의 입력 난이도에서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글의 종류에 관계없이 일정한 속도로 입력이 가능하며 오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즉 모든 한글 낱말들을 쉽게 입력할 수 있다.

·모음의 빈도수와 자모간의 조합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자모 배치를 하였기 때문에 같은 노력에 비하여 더 나은 타자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쿼티 자판과는 완벽한 호환성을 보장하고 더불어 한글에서 자주 쓰이는 21개의 특수 부호를 자판키를 통하여 바로 입력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들도 관심이 있으면 민두벌식자판을 사용해 보기 바란다. 현재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보완을 해서 출시를 하였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을 수가 있다. 사용자분들의 기탄없는 지적과 충고를 환영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완벽한 자판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이후 민두벌식자판의 편의성과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오직 사용자인 대중들만이 할 수가 있다고 본다


사용자분들의 추후 평가가 궁금할 따름이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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