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컴퓨터 자판의 사용에서 두벌식과 세벌식의 사용 방식에 따른 효율성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효율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일정한 타자의 속도(300타 혹은 500타 등)에 이르는데 드는 노력의 정도와 일정 타속에서 일정한 양의 문서를 치는데 드는 힘의 소모로 인한 손이나 어깨에 주어지는 피로의 정도로 나눌 수가 있다. 적은 노력과 빠른 속도로 일정 타속에 이를 수가 있고 그 타속에서 일정량의 타자를 칠 때 피로의 정도가 적으면 효율성이 좋은 자판이라고 할 수 있다.

 

원리적으로 볼 때 타자의 일정한 속도에 이르는데 소모되는 시간이나 노력은 두벌식이 훨씬 적게 든다. 가장 큰 원인은 타법의 차이에서 온다. 한글 음절의 완전한 조합에서 두벌식의 경우 왼손(초성) 오른손(중성) 왼손(종성)으로 왼손, 오른손을 오가면서 단순 반복하는 타법인데 반하여 세벌식에서는 오른손(초성) 왼손(중성) 왼손(종성)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왼손을 연속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는 왼손에서 모음과 받침을 조합하는데 상당한 기술과 기교를 요하는 타법을 요구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세벌식 자판에서 사용하는 키가 많아져 숫자열이나 특수기호 키까지 사용해야 된다면 손가락의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불편한 손가락 조합까지 발생하여 이를 익히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세벌식에서의 이러한 타법의 어려움과 불편한 손가락 조합 때문에 당연히 오타의 발생은 증가하게 되고 이는 타속의 저하와 더불어 숙련에 걸리는 시간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물론 상당한 노력 끝에 일정 타속에 숙달되고 난 후에는 세벌식 특유의 리듬감으로 더 편안한 감정으로 타자를 칠 수도 있다.

그림1. 공병우 세벌식 최종(391) 자판 배열


피로의 정도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우리가 타자를 칠 때 피로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로는 음절 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타와 윗글쇠(shift)의 사용 빈도를 들 수가 있다. 연타는 음절 조합 중에 같은 손가락 연타가 발생하면 피로도에 가장 치명적이다. 같은 손가락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부담에 더하여 음절 조합의 리듬을 깨면서 손가락이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도 세벌식은 두벌식보다도 훨씬 불리하다. 세벌식에서 오른손의 초성+중성 조합에서 같은 손가락 연타가 일어나거나 왼손의 중성+종성(받침) 조합에서 같은 손가락 연타가 발생한다. 이에 반하여 두벌식에서는 왼손의 종성(받침)+초성 조합에서 연타가 발생을 한다. 두벌식은 음절 조합 밖에서 같은 손가락 연타가 일어나기 때문에 음절 조합의 리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그만큼 연타로 인한 피로도는 세벌식에 비하여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같은 빈도의 연타 발생에서는 두벌식이 세벌식보다는 피로도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윗글쇠의 사용은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불편한 소지 손가락 조합으로 인한 피로도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로도 측면에서는 반드시 피하여야 하는 절대 과제이다.

 


그림2. 두벌식 표준 자판 배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같은 조건이라면 컴퓨터 사용 환경에서 세벌식 자판을 사용할 이유는 정말 찾아보기가 힘들다. 접근의 용이성, 사용의 편의성, 쿼티 자판과의 호환성, 자판의 효율성에서 더 나은 점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 두벌식 표준 자판이 가지고 있는 효율성의 한계 때문에 세벌식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두벌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두벌식에서 피로도에의 영향이 적다고는 하지만 두벌식 표준 자판의 경우 같은 손가락 연타가 너무 많고 윗글쇠의 사용이 비교적 많아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타자를 칠 때에는 손가락과 어깨에 금방 무리가 온다는 점이다. 이는 두벌식 표준 자판을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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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티(두벌식) 자판과 숫자 및 기호에서 완벽하게 호환되는 민세벌식 391 자판은 기존의 세벌식 391 사용자들에게 실용성 면에서는 상당한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벌식 자판 사용자들에게는 아직도 사용하기 어렵고 효율성 부분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세벌식은 태생이 기계식 타자기로부터 출발을 하여 타자기 구조와 관련한 자판의 배열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고, 1990년대 초기 개발 당시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배열의 비효율성을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는 접근하기에 쉽지 않는 자판으로 느껴집니다.

 

우선 표준 자판으로 채택이 되어 있지 않아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세벌식을 찾아 보기가 어렵지만 어떻게 해서 세벌식을 만났더라도 숫자열까지 사용하는 4줄의 자모 배열이 범용 자판의 구조와는 잘 맞지가 않아 생소하고 쿼티(두벌식) 자판과의 호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함을 더하여 사용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또한 숫자열까지의 손가락 이동 거리가 길어 치기가 어렵고 음절 조합에 있어서도 왼손의 모음과 받침을 이어 치는 부분이 정교한 손놀림을 요구하여 익히는데 두벌식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요하게 됩니다. 두벌식은 왼손, 오른손을 교대로 치는 단순한 타법과 간단한 자모 배열로 비교적 빨리 배울 수가 있죠.

 

그 결과 현재에는 세벌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동호회 모임이 아니면 거의 찾아 보기 힘들고 아주 특수한 타자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아니면 대중들로부터도 완전히 외면받는 처지가 되었다고 봅니다. 아래한글이나 윈도우 환경에서 세벌식 설정이 가능하여 준 표준자판의 대접을 받았는데도 이 지경이면 이는 자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분석하여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벌식의 장점이 피로도가 적고 속도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효율성에 있다고 본다면 이 효율성으로 두벌식 사용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판을 사용하는 조건이 가혹하여 두벌식에서 한계를 느끼고 세벌식의 문을 두드리는 사용자분들도 대개 피로도 부분에서는 세벌식의 우위를 인정하지만 효율성 부분에서는 미세하게 좋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는 두벌식 사용자가 세벌식으로 유입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든 일이라고 감히 느끼게 됩니다.

 

물론 그간 많은 시도로 효율성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거다 할 정도의 개선 결과는 찾기가 힘듭니다. 이러한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세벌식 자판의 개발자 분들이 기존 세벌식과의 호환성을 너무 의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공병우 세벌식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나 권위가 엄연히 존재하였고 또한 기존 세벌식 사용자의 유입을 너무 의식한 결과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기존 세벌식 사용자가 극소수에 해당되고 이제 컴퓨터를 넘어선 모바일 환경의 시대에 타자기에 기반한 세벌식의 배열은 과감하게 탈피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니 컴퓨터 환경에서도 세벌식은 대중성을 가진 두벌식에 비참할 정도로 완벽하게 패배하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는 세벌식 자모 배열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지만 시도 자체가 드물었던 걸로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려면 기존 상품의 틀을 깨야 합니다. 새가 새 생명으로 부화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깨고 나오듯이 기존의 장벽과 단점들을 과감하게 수정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자판으로 탄생할 수가 없는 것이죠. 언제나 어미 새의 품안에서 놀고만 있으면 그 새는 하늘로 날아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70년 전통의 고유함도 멋진 일이지만 새로운 창조에서 오는 능률과 편안함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가 있습니다. 공병우 박사님이 지금 옆에 계신다면 공세벌식의 기존 틀을 깨고 많은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효율과 편안함을 구현할 수 있는 자판이 탄생한다면 아마 박수를 쳐 주실 거 같습니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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