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공병우 세벌식 자판으로 가장 나중에 개발된 3-P3 자판의 자모 분포를 살펴보도록 하죠.

 

3-P3 자판의 자모 분포와 가장 편한 오른손 이동방향 영역(붉은 실선 사이)


잘 아시다시피 3-P3 세벌식 자판은 오른손에 초성 자음 14자와 중성 4(,,,)로 하여 18개의 키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14개의 초성 자음은 오른손으로 처음 치게 되는 자모이며, 4개의 모음은 초성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이어서 치는 다음 치기 자모가 되죠. 결국은 오른손 연속치기의 형태이고요.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분석해야 되는데요. 같은 손으로 연속치기를 할 때에는 처음 치는 자모의 경우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기본위치(오른손 검지기준 : j자리)의 정지 상태에서 첫 자모를 찾아 가기 때문에 힘을 주어야 손을 가속시킬 수가 있고 원하는 자모를 찾아서 타자가 가능하게 됩니다. 모음은 다음 치기 자모에 해당하여 움직임 속에서 리듬을 타고 치기 때문에 처음 치는 초성보다는 힘이 덜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같은 손 연속치기에서는 두 과정의 자모 치기에 대한 손과 팔의 피로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완전히 다릅니다. 처음 치는 자모의 경우 초기에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손의 이동 방향이 가장 중요합니다. 타자를 치는 팔의 인체구조학상으로 볼 때 가장 힘을 적게 들이고 타자를 칠 수 있는 방법은 위의 그림처럼 붉은 선을 따라서 손가락을 굴신하거나 좀 멀다 싶으면 손목-팔꿈치 선상으로 팔을 조금 수평이동하는 방법이죠. 이 선상을 벗어나면 손가락을 벌이거나 팔을 회전하면서 수평, 회전 이동을 하여야 합니다. 피로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죠. 하여간 처음 치는 자모에서는 이동 방향이 피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다음에는 손가락 이동 거리를 따져야 하겠죠. 오른손에서 이동 거리가 길어 문제가 되는 자모는 처음 치기 자모인 입니다. 숫자열에 배치되어 있어 멀기도 하고 새끼 손가락으로 치게 되면 손가락도 짧고 정확도도 떨어져 오타가 많이 나는 자리이죠.

 

초성 다음에 치는 모음의 경우는 초성을 친 후 초성 키에서 출발하여 연속적으로 모음을 찾아 가게 되죠. 이 때에는 리듬을 타기 때문에 이동 방향이나 거리보다는 어떤 조합으로 치느냐가 더 중요하죠. 얼마나 손가락을 벌려야 하는가, 손목이 얼마나 비틀려지는가, 손가락 연타는 발생하지 않는가 등이 모두 손가락의 조합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세벌식 자판의 초성 배치는 을 빼놓고는 모두 손목-팔꿈치 선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배치된 모음도 같은 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오른손 연속치기가 거의 나무랄 데 없이 부드럽게 연결이 됩니다. 단지 오른의 경우 2,3열에 배치된 자음과 조합될 때 손목이 조금 꼬이는 것과 1열 자음(,)과 조합될 때 손 전체가 하단까지 내려오게 되어 다음 동작까지의 이동거리가 길다는 단점은 지적되고 있기도 하죠.

 

의 배치는 키 자리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놓였겠지만 손의 편한 이동 방향하고는 완전히 상반되는 자리로서 오른손 피로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죠. 반드시 배치를 수정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초성을 오른손에 배치한 공병우 박사님의 혜안입니다. 물론 수동식 타자기의 기계적 장치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하신 것도 있겠지만 자판의 피로도 측면에서 고찰해 보면 정말로 놀랍습니다. 만약 초성을 왼쪽에다 배치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읕 하였지만 왼쪽에서는 손목-팔꿈치 선상에 있는 자판의 키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것도 그 선상의 키 간격은 훨씬 늘어나게 되어 손가락 이동거리도 길어지게 됩니다. 처음 치는 자모는 이동 방향이 피로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오른쪽 초성 을 생각하시면 바로 짐작을 할 수가 있죠. 오른쪽에서는 문제아가 하나가 나왔지만 왼쪽에서는 더 많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동거리가 길어서 피로도는 훨씬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오른쪽에서는 ,.를 건드리기 힘들기 때문에 모음과 받침을 모두 배치하기는 정말로 힘들었을 겁니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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