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 설계 시 고려하는 요소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이면서 먼저 하는 작업이 키 입력 수월성 순위에 맞추어서 자모를 빈도순으로 배치하는 일이다. 이때 반드시 따져야 할 사항 중의 하나가 손가락 연타를 최소화하는 배치 방법이다. 대개는 손가락을 구분하여 배당되는 자모를 살펴보면 손가락 연타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민두벌식 자판의 초성 배열 기본 설계에서도 가장 먼저 각 손가락에 배정되는 초성 자음을 선정하게 된다. 이때 당연히 키입력 수월성 순위를 기준으로 하여 배치하되 종성+초성에서 발생하는 연타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각 손가락에 배치되는 초성 군을 형성하게 한다. 그 결과 소지, 약지에 각 3, 중지에 2, 검지에 7개의 자음을 배치하게 된다. c키의 손가락 배정이 검지로 되어 검지는 7개로 된다. 두벌식에서 c키를 검지로 치면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우선 c키를 검지로 치는 것이 중지로 치는 것보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검지가 가지는 피로에 대한 내구성도 훨씬 좋다. 또 종성+초성의 이은 연결과 초성+종성의 한 박자 쉰 연결에서도 c를 검지로 치면 q,w,e,a,s,d키와의 연결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져 피로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두벌식에서는 자음 ㅇ과 연계하여 일어나는 연타가 가장 많아서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ㅇ을 입력 수월성이 가장 좋은 검지 군의 f키에 배치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검지에서 연타가 너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하여 입력 수월성이 두 번째로 좋은 중지 군의 d키에 ㅇ을 배치하게 된다. 이 경우 c키를 검지로 치게 되면 ㅇ과의 연타를 피하면서 빈도수가 높은 자음을 c키에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민두벌식 자판에서는 초성과 종성의 빈도를 고려하여 키입력 수월성을 따르면서 연타나 조합타를 최대한으로 줄인 자판의 설계를 반영하였다. 하지만 너무 연타나 조합타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의 방향을 잡으면 키입력 수월성의 순위를 다소 간과하고 오직 연타만 줄이려는 방식으로 자음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두벌식에서는 연타가 피로도나 타자의 속도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세벌식과 비해 훨씬 적다. 연타가 피료도를 다소 높이는 측면이 있으나 두벌식에서는 음절 조합 중에 연타가 일어나지 않고 타자의 리듬을 깨지 않기 때문에 타자의 속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조합타의 경우에도 초성+종성의 조합에서 초성을 친 후에 오른손으로 모음을 치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므로 키입력 수월성 순위를 무시할 만큼 민감하지는 않다. 조합타가 적으면 좋겠지만 키 입력 수월성 순위까지 바꾸면서까지 설계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 두벌식에서는 연타의 최소화보다는 키 입력 수월성 순위를 우선으로 해서 설계에 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해서 민두벌식 자판의 초안에서 같은 손가락 연타나 조합타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다소 키 입력 수월성 순위를 무시한 배치의 예를 살펴보고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 일정량의 연타가 다소 증가하더라도 초성, 종성의 자모 빈도수를 기준으로 하여 키 입력 수월성 순위에 맞추어 자판의 자음을 재배치하고 자판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기존의 민두벌식 자판의 초성 배열은 다음과 같다.

그림 1. 기존 민두벌식 자판의 자모 배열

 

왼손 부분에서의 자음 배열을 살펴보도록 하자.

 

왼손에서는 연타와 조합타를 줄이기 위하여 가장 무리하게 배치된 자음이 ㅂ이다. e키가 초성이나 받침의 키입력 수월성이 z키보다 훨씬 좋은데도 불구하고 빈도수에서 ㅂ에 비해 반도 되지 않는 ㅊ이 배치되어 있다. 이는 중지 손가락에서 ㅇ과 연타 및 조합타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ㅊ을 e키에 배치한 결과이다. 만약 ㅂ을 e키에 배치하게 되면 연타와 조합타가 현 배치보다 각각 14%, 10%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 정도라면 조합타의 경우에는 피로도에 전혀 상관이 없고 연타의 경우에도 두벌식의 연타가 피로도와 타자 속도에 훨씬 둔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빈도가 높은 ㅂ을 키입력 수월성이 훨씬 좋은 e키에 배치하면 ㅊ을 t키로 이동하여 소지의 피로도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자음의 빈도와 키입력 수월성 순위가 잘 부합하는 자음 배치를 이루어 보다 더 효율성이 높은 자판을 구현할 수가 있다.

 

또 한가지 검토할 사항이 검지에 배정된 7개의 자음 중에서 자음 빈도와 키입력 수월성 순위가 어긋나 있는 부분이다. 자음 빈도수로 보면 ㄷ이 ㄱ의 반 정도이지만 키입력 수월성이 가장 좋은 f키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r키가 중지로도 검지로도 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검지 군의 자음 간에 연타나 조합타가 많은 ㄱ을 r키에 배정하여 손가락을 바꾸어 치면서 연타나 조합타를 제거하기 위한 배치였다. 하지만 고속 타자에서는 r키를 중지로 치는 것에는 순발력이 떨어져 속도에 문제가 생기고 두벌식 조합타 다음치기의 경우, 중지가 기본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어 바로 초성을 치기에는 리듬이 깨지게 되어 속도 저하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두벌식에서는 연타나 조합타가 손가락의 피로도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손가락을 바꾸어 연타나 조합타를 줄이기보다는 검지 연타로 치는 것이 피로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속도를 올리는 데에는 더 효율적이다. 연타나 조합타를 줄여 피로를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ㄱ을 r키에 배치할 이유가 없고, 키입력 효율성이 가장 좋은 f키에 ㄱ을 배치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빈도가 높은 ㄷ이 g키로, ㅅ이 v키로, ㅈ이 c키로, ㅎ이 r키로 이동하면 검지 군 내에서 빈도수와 키입력 수월성 순위가 잘 부합되게 배치가 되어 초성 입력의 효율성을 높일 수가 있다.

 

또 하나 검토하여야 할 부분이 ㅆ의 배치이다. ㅆ은 대부분 받침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그 빈도수가 ㅌ이나 ㅍ의 빈도수보다 많아 거의 두 배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받침의 키 입력 수월성이 z키보다 열악한 q키에 배치되어 있다. ㅆ은 받침 키 입력 수월성 순위가 더 우수한 z키에 배치하는 것이 키 입력 수월성 순위에 부합되고 입력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배치가 된다. ㅆ은 받침으로 쓰이는 빈도가 초성으로 쓰이는 빈도보다 7배 정도 많기 때문이다. z키는 ㅂ이 e키로 이동하여 ㅆ이 이 자리로 이동하면 된다. 이 경우 t키에 배치되어 있던 ㅍ이 x키로 이동하고 x키에 배치되어 있던 ㅌ이 q키로 이동하면 키 입력 수월성 순위와 잘 부합된다. 초성의 처음치기 키입력 수월성 순위가 q,z,x키의 순으로 좋기 때문이다.

 

이상의 검토 사항을 반영하여 자모 배치를 다시 한 민두벌식 자판의 배열은 다음과 같다.

이 자판을 윈도우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김용묵님이 개발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http://moogi.new21.org/prg4.html)를 사용하여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컴퓨터에 깔고 아래의 ist 파일을 불러들이면 된다. 날개셋 입력기에서 민두벌식을 설정한 후 아래 ᄒᆞᆫ글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려면 메뉴 도구글자판(Alt+F2) 설정 항에서 제일 아래의 윈도우입력기를 선택하면 된다.

그림 2. 수정된 민두벌식 자판의 자모 배열
민두벌식_v7.ist
0.00MB

 

Posted by 工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