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많은 양의 타자를 치는데 관심을 가진 이후 피로나 속도 등 타자의 효율성에는 항상 안테나를 세워왔다. 이는 두벌식 표준 자판의 사용에서 세벌식 자판의 사용으로 이어졌고 1990년대 이후 개발된 모든 세벌식 자판을 시험 사용하면서 더 나은 자판을 찾는 작업을 지속하였다. 끝자락에서는 동시치기 타법의 자판에 주력하여 안마태 신부님이 개발한 소리글판까지 연습을 해 보았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으면 다른 단점이 드러나게 되고 정말 이거다 싶은 자판을 만나지는 못하였다. 해서 최근에 개발된 세벌식 개량 자판들을 상당히 우수한 능률을 가지고 있는 자판들로 인식하여 이를 만난데 만족하고 자판 사용의 여정을 끝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타법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방향이 딴 곳으로 흘러버렸다.

 

타법 개발의 내용을 기존 자판들에 시험 적용하면서 이들 자판들의 장·단점들을 적나라하게 파악하게 되었고 효율성 측면에서는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전면 재검토를 하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침 하는 일에 여유가 생겨 타법 등 자판 연구에 3~4개월을 집중 투자할 수가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아이디어들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세벌식 자판과 두벌식 자판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들이 거의 한 달여에 걸쳐서 다 이루어졌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것도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아마츄어 개발자한테서. 이의 밑바탕에는 분명 세벌식 사랑 모임 카페에 그동안 축적되어 있던 자판 개발의 노하우들이 고스란히 초보자의 자판 개발 과정에로 전달되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늘 새로운 자판에의 열망을 불태웠던 소인배님, 한국 자판 개발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세벌식 개량 자판의 이정표를 세운 팥알님, 오직 세벌식에서만 적용 가능한 동시치기 속기 자판, 세모이 자판을 개발한 신세기님, 세벌식에서 갈마들이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하여 신세벌식을 개발한 블롬달님이 새삼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이런 자판들을 개발하였을 때 또는 개발 과정에서 윈도우 환경의 컴퓨터에 입력 가능한 도구를 제공한 김용묵님의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정말 탁월하고 독창적인 발명품이었으리라.

 

나 같은 일개 무지한 아마츄어 개발자가 이런 분들의 개발 노하우와 아무 조건 없이 제공하였던 자료들과 충고, 특히 날개셋 입력기가 없었다면 자판을 개발하겠다는 엄두라도 낼 수가 있었겠는가? 자판 개발은 초기 자모 배열도가 만들어지면 시험 사용을 하면서 이를 수없이 수정·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글 입력기 없는 자판 개발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이번 민두벌식 자판 개발에서 그려낸 중요 수정 배열도만 해도 40여장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많은 선배 개발자 분들의 노고와 자판 개발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제 공은 사용자 분들에게로 넘어 갔다. 새로운 두벌식 자판 개발자의 1차 개발 과정은 완료되었다. 많은 대중 사용자 분들의 따끔한 충고와 지적, 사용 체험담이 자판의 2차 수정으로 이어지고 보다 완성된 자판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리라 믿는다. 개발된 자판이 세상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할 수 없다면 이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필요로 한다면 개발자로서는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많은 분들의 가혹한 비판과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오류나 개선점에 대하여 망설임 없는 지적을 기대한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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