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자판의 입력 방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의문이 가는 것은 기존에 가장 널리 알려진 타자 입력 방법에 대한 운지도가 정말 타당성이 있는가였습니다. 모든 타자 연습기에는 이 방법을 추천하고 있었으며 일반 자판 관련 글에서도 이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타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냥 관행적으로 굳어진 것인지·····. 제가 자판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자료를 찾지는 못하였지만 혹시 이에 대한 자료가 있으면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가장 널리 추천된 운지도와 가장 편한 손의 이동 방향

 

이 중 가장 의문이 크게 드는 것은 타자를 치기 쉬운 손의 이동 방향으로 손가락이 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왼손에서는 그 방향이 반대인 점입니다. 물론 왼쪽 위 구석 자리까지 골고루 손가락을 배정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너무 단순하게 자판이 왼쪽으로 약 10° 정도 기울어진 배열에 평행선을 그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짐작하기에는 기준위치에서 단순 거리만을 산정하여 손가락 배정선을 그었다고 보여집니다.

 

위와 같은 손가락 배정으로 타자를 치게 되면 왼손의 처음 치기 자모에서는 손목이나 팔을 회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세벌식 배치에서는 4,5,e,r,c,v,b가 모두 팔을 회전하거나 손목을 회전해야만 칠 수가 있습니다. 물론 그 다음에 받침을 쳐야 하기 때문에 연속치기도 고려에 넣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이동 방향만 가지고 손가락을 배정할 수는 없습니다.

 

두벌식에서 위의 추천 운지도로 치는 것은 더 더욱 이해가 안 갑니다. 두벌식에서는 왼손의 초성, 받침이 모두 처음 치기 자모에 해당되어 위의 운지도로 치게 되면 기준 위치인 둘째열 자리와 t자리를 빼고는 모두 팔이나 손목을 회전하여야 합니다. 두벌식에서 피로도가 증가하는 큰 원인을 추천하는 운지도의 타자 방법이 제공하고 있는 셈이죠.


1970년도 이후 한글 문화원에서 추천했던 타자법 운지도


이러한 손목-팔꿈치 선 이동 방향을 고려한 타법의 개선은 1970년대 이후에 권장된 공병우 3벌 자판 추천 운지도에서 엿볼 수가 있습니다. z, x 자리를 약지와 중지로 치는 타법이죠. 하지만 이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세벌식은 왼손 연속치기로 모음과 받침을 입력하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손가락 조합을 한가지 원칙만 가지고 전부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숫자열에 있는 처음 치기 자모인 초성과 모음 , 는 위의 추천 운지도의 방법으로 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초성은 오른손 소지로 치면 이동 방향은 손목-팔꿈치 선상으로 정확하게 맞지만 손가락이 짧아 팔을 한참 이동하여야 하고 정확도가 떨어져서 오타가 나기가 쉽습니다. 오른손 약지로 치게 되면 이동 거리가 짧고 정확하기 때문에 오타가 훨씬 적게 나옵니다.

 

모음 도 왼손 검지로 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검지로 치게 되면 손목-팔꿈치 선상을 벗어나서 힘이 더 들고 검지보다 손가락 길이가 길어 이동 거리가 훨씬 짧은 약지나 중지로 손목-팔꿈치 선상에서 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를 전부 중지로 쳐도 좋으나 약지, 중지로 나누어서 치게 되면 ,,를 각기 다른 손가락으로 치게 되어 손가락이 혼동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의 경우, 빈도수가 꽤 있으니 이 때에는 중지로 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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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P3 자판의 왼손 부분으로 옮겨 보기로 하죠.


3-P3 자판의 자모 분포와 가장 편한 왼손 이동방향 영역(붉은 실선 사이)

 

왼손에는 모음 12자리, 종성 받침 9자리, 다시 모음 자리에 갈마들이로 받침 6자리가 들어가게 되죠. 21자리를 사용하여 오른쪽보다는 3자리가 더 배치되어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초성을 치고 나면 이어서 왼손으로 먼저 모음을 치게 됩니다. 왼손에서는 모음이 처음 치기 자모가 되죠. 이어서 연속해서 받침을 치는 왼손 연속치기 형태입니다.

 

모음 12자리는 왼손 부분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어 를 빼고는 전부 손목-팔꿈치 선상에 있게 되고 처음 치기 자모(모음)를 칠 때 이동 방향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는 손가락을 많이 벌려야 해서 피로도가 증가하지만 어쩔수가 없는 노릇이죠. 단지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왼손에서는 손목-팔꿈치 선상으로 키간의 거리가 멀어 손가락 이동이 길게 되고 피로도는 그만큼 증가하게 되죠. 거기에다 ,,가 배치된 4,5,6 자리는 기본위치(왼손 검지 기준 : f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많은 분들이 치기가 어렵다는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받침 자리 1,2,3,q,w,z,x 는 처음 치기 자리로서는 전부 부적합한 자리죠. 다행히 다음 치기 받침 자리로 배당되어 어떻께 써 볼 수 있는 자리인데요. 이런 자리가 초성과 받침으로 활용되는 두벌식 자판은 정말로 비극이죠. 두벌식에서는 모음이 전부 오른손에 배치되어 있어 왼손 입장에서는 받침도 처음 치기 자모에 해당하니까요. 왼손으로 모음을 친 후 받침을 치는 세벌식에서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세벌식 배치를 좌우로 바꾸면 더욱 더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른손 자모의 입력 과정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왼손에서 2차적인 다음 치기 자모인 받침을 타자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손가락 무리하게 벌리기와 손목 비틀림, 손가락 연타의 세가지입니다.

 

손가락이 무리하게 벌어지는 것은 받침 1,2,3,q,w 자리가 1,2열 자리의 모음과 거리가 멀어서 생기는 범용 자판의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것으로 피로도를 줄일려면 손가락 배정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목의 심한 비틀림은 주로 받침 자리 z,x,a,r가 셋째열에 위치한 모음과 조합될 때 일어납니다. 손가락 조합이 손목-팔꿈치 선상을 많이 벗어나 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죠. 이들에 대한 해결 방법은 뒤에서 고찰하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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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공병우 세벌식 자판으로 가장 나중에 개발된 3-P3 자판의 자모 분포를 살펴보도록 하죠.

 

3-P3 자판의 자모 분포와 가장 편한 오른손 이동방향 영역(붉은 실선 사이)


잘 아시다시피 3-P3 세벌식 자판은 오른손에 초성 자음 14자와 중성 4(,,,)로 하여 18개의 키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14개의 초성 자음은 오른손으로 처음 치게 되는 자모이며, 4개의 모음은 초성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이어서 치는 다음 치기 자모가 되죠. 결국은 오른손 연속치기의 형태이고요.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분석해야 되는데요. 같은 손으로 연속치기를 할 때에는 처음 치는 자모의 경우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기본위치(오른손 검지기준 : j자리)의 정지 상태에서 첫 자모를 찾아 가기 때문에 힘을 주어야 손을 가속시킬 수가 있고 원하는 자모를 찾아서 타자가 가능하게 됩니다. 모음은 다음 치기 자모에 해당하여 움직임 속에서 리듬을 타고 치기 때문에 처음 치는 초성보다는 힘이 덜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같은 손 연속치기에서는 두 과정의 자모 치기에 대한 손과 팔의 피로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완전히 다릅니다. 처음 치는 자모의 경우 초기에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손의 이동 방향이 가장 중요합니다. 타자를 치는 팔의 인체구조학상으로 볼 때 가장 힘을 적게 들이고 타자를 칠 수 있는 방법은 위의 그림처럼 붉은 선을 따라서 손가락을 굴신하거나 좀 멀다 싶으면 손목-팔꿈치 선상으로 팔을 조금 수평이동하는 방법이죠. 이 선상을 벗어나면 손가락을 벌이거나 팔을 회전하면서 수평, 회전 이동을 하여야 합니다. 피로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죠. 하여간 처음 치는 자모에서는 이동 방향이 피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다음에는 손가락 이동 거리를 따져야 하겠죠. 오른손에서 이동 거리가 길어 문제가 되는 자모는 처음 치기 자모인 입니다. 숫자열에 배치되어 있어 멀기도 하고 새끼 손가락으로 치게 되면 손가락도 짧고 정확도도 떨어져 오타가 많이 나는 자리이죠.

 

초성 다음에 치는 모음의 경우는 초성을 친 후 초성 키에서 출발하여 연속적으로 모음을 찾아 가게 되죠. 이 때에는 리듬을 타기 때문에 이동 방향이나 거리보다는 어떤 조합으로 치느냐가 더 중요하죠. 얼마나 손가락을 벌려야 하는가, 손목이 얼마나 비틀려지는가, 손가락 연타는 발생하지 않는가 등이 모두 손가락의 조합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세벌식 자판의 초성 배치는 을 빼놓고는 모두 손목-팔꿈치 선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배치된 모음도 같은 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오른손 연속치기가 거의 나무랄 데 없이 부드럽게 연결이 됩니다. 단지 오른의 경우 2,3열에 배치된 자음과 조합될 때 손목이 조금 꼬이는 것과 1열 자음(,)과 조합될 때 손 전체가 하단까지 내려오게 되어 다음 동작까지의 이동거리가 길다는 단점은 지적되고 있기도 하죠.

 

의 배치는 키 자리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놓였겠지만 손의 편한 이동 방향하고는 완전히 상반되는 자리로서 오른손 피로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죠. 반드시 배치를 수정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초성을 오른손에 배치한 공병우 박사님의 혜안입니다. 물론 수동식 타자기의 기계적 장치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하신 것도 있겠지만 자판의 피로도 측면에서 고찰해 보면 정말로 놀랍습니다. 만약 초성을 왼쪽에다 배치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읕 하였지만 왼쪽에서는 손목-팔꿈치 선상에 있는 자판의 키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것도 그 선상의 키 간격은 훨씬 늘어나게 되어 손가락 이동거리도 길어지게 됩니다. 처음 치는 자모는 이동 방향이 피로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오른쪽 초성 을 생각하시면 바로 짐작을 할 수가 있죠. 오른쪽에서는 문제아가 하나가 나왔지만 왼쪽에서는 더 많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동거리가 길어서 피로도는 훨씬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오른쪽에서는 ,.를 건드리기 힘들기 때문에 모음과 받침을 모두 배치하기는 정말로 힘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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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자판에서 자모의 효율적 입력을 위해서는 손의 자세와 자판의 물리적인 구조는 물론이고 세벌식 자모의 입력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여야 합니다.


여기서는 공병우식 세벌식 자판 범주인 390, 최종, 3-2015, 3-P3 중에서 최근에 개발되어 효율성이 가장 좋은 자판인 3-P3 자판을 기준으로 하여 설명하기로 하죠.



1) 손의 자세

 

타자를 치는 손의 편안한 자세로는 팔꿈치를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상태에서는 다음의 형태가 가장 자연스럽죠.

타자 치는 가장 편안한 손의 자세

 

이 손의 자세에서 타자를 칠 때 손가락과 팔의 움직임은 녹색 선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힘이 적게 들고 피로도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물론이고요. 그렇다면 당연히 손가락의 배당도 이 녹색선상에 가까운 키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죠.



2) 자판의 구조


3-P3자판의 자모 배치와 가장 편한 손의 이동 방향(붉은 선)

 

자판의 키 배치는 기계식 타자기의 유산이겠지만 제일 윗열부터 역피라밋 형태로 14,12,11,10개가 배치되어 있고 자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2열과 3,4열은 오른쪽으로 키폭의 약 1/2 ~ 2/3만큼, 2,3열은 키폭의 약 1/4 ~ 1/3만큼 어긋나게 배치되어 있죠.

 

자판 구조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 이해되는 점은 4손가락이 이동하기에 가장 편한 손목-팔꿈치 선상(붉은 선 방향)으로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는 키의 배치입니다. 손가락 4개를 붉은 선상으로 이동하면 거의 모든 키가 그 안에 들어가게 되죠. 다시 말해 자판의 구조에서 손의 이동선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편한 손 이동 선상(윗 그림의 붉은선)에서 놓고 보면 오른손에 배치된 자모는 붉은 선상으로 이동하면서 비교적 쉽게 칠 수 있는데 반하여 왼손에 배치된 자모는 선상을 벗어난 자모가 꽤 있어(1,2,Q,B) 오른손보다는 치기가 어려움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동 방향 기준으로 왼손에서는 키간 거리가 오른손 키간 거리에 비해 길어 왼손으로 자모를 칠 때에는 훨씬 많이 이동하여야 타자가 이루어짐도 알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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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우 세벌식 자판( 390, 세벌식 최종, 3-2015, 3-P3)을 처음 접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숫자열에 배치된 자모가 멀게만 느껴지고 여기에서 자주 생기는 오타의 발생이죠. 한글의 자모 원리에 맞추어서 물리적으로 세벌의 자모를 배치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이 왼손의 받침, 특히 받침 ,,,을 칠 때 심하게 손목 비틀림이 일어나게 되어 오타가 자주 나면서 순간적으로 힘을 주게 되면 손목과 어깨에 많은 무리를 주는 점입니다.

 

이에 대하여 자판의 배열을 통한 개선의 노력은 여러 방법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지만 이런 어려움을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신세벌식의 경우에는 갈마들이 방법을 사용하여 숫자열 자모를 1,2,3열로 이동시킴으로써 단순함과 편이성을 높였지만 연타의 증가와 왼손키 전 영역에 모음을 배치함으로써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특히 고속으로 입력을 할 때에는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형태가 공세벌식에 갈마들이 방식을 일부 적용한 3-P3 자판이죠. 갈마들이를 활용하여 윗글쇠를 사용하지 않고도 모든 받침을 입력할 수 있게 되었고 특수기호도 거의 영어 자판과 동일한 수준으로 진보하였습니다.

 

만약 3-P3 자판에 배치된 자모를 보다 더 쉽게 쳐서 위에서 언급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이는 공세벌식 자판의 장점과 더불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자판의 배열 변화도 중요하지만 자모를 그대로 두고서 보다 수월하게 입력하는 타자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가 크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서는 피로도와 수월성의 측면에서 개선된 세벌식 타자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Posted by 工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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